Werden October 27-November15, 2017
의식된 이미지, 이미지화 된 의식
홍경한(미술평론가)
시각으로 수용해 대상이나 현상에 대해 흉내 내고자 하는 본능은 인간이 지닌 숭고한 기능이며 문명과 문화는 그 생득적 행동능력에서 비롯되어 왔다. 다만 예술가는 그 본능을 글과 그림, 언어와 행위로 심화시키거나 감춰진 것을 시각화하며, 존재를 포함해 다양한 유발인(releaser)을 표상의 기의로 삼는다.
이 가운데 존재에 대한 자각과 질문은 삶과 죽음 못지않게 미술에 있어 오랜 역사를 지닌 주제였다. 예술이 현존재(Dasein)로서의 인간이 세계와 반응한 결과라고 할 때, 그 현존재인 예술가는 세상의 불확실한 명제를 명료하게 만드는 역할자라고 할 수 있다. 동시대에 있어 진정한 인간상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지각과 경험의 파편들을 현실로 소환해 기록하는 것도 예술가의 몫이다.
작가 유아영의 작품 역시 같은 선상에서 이어진다. 그는 ‘생각의 이동’을 토대로 존재의 연속성을 재구성한다. 여기서 말하는 ‘생각의 이동’이란 내적인 것에서의 외적인 함의를 가능케 한 분동이면서,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 가시적이지 않은 것의 수줍은 드러냄이다. 발화의 원인을 품은 ‘사고의 유영’을 뜻한다.
그는 이 유영의 사고를 구상적, 인지적 형상으로 채록한다. 따라서 유아영의 이미지는 ‘의식된 이미지’요, ‘실존에 관한 의식’이다. 일례로 옛 사진에서 발췌한 듯한 가족사진이나 어린 소녀가 그려진 그림 등은 말할 수 없는 기억의 저편을 당대로 옮긴다. ‘던져진’(2017)으로 명명된 작품은 언뜻 외로워 보이는 남자가 첩첩이 놓인 계단 앞에 서 있는 모습이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어떻게’, ‘무엇을’, ‘왜’와 같은 끝없는 질문 속에 스스로 위치해 있다는 여운을 심어준다.
계단 상단에 인물이 앉아 있는 ‘Werden’(2017) 작품 역시 동일한 맥락이다. 마치 로댕(Auguste Rodin)의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1880)을 닮은 형상의 인물과 작가가 자주 방문하는 공간을 편집한 이 그림에선 쓸쓸함과 연민이 배어난다.
이밖에도 익명의 발만 그린 ‘Lay down’(2017)이나 단어 그대로 운동화 한 켤레를 묘사한 ‘내 운동화’(2016)에서 느껴지는 감정도 유사하다. 이를 만약 풍경이라고 한다면 현실에 재차 주목하게 하는 ‘심미적 풍경’에 가깝다. 한편 풍경이 언급되었기에 덧붙이자면, 필자의 판단에 ‘Werden Ⅲ’(2017)는 유아영의 그림 중 유독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세 폭의 캔버스로 구성된 이 작품은 그리는 것이 아닌 표현에 무게를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굳이 주렁주렁한 내러티브에 연연하지 않고 있어 타자가 어떤 상황 아래 받아들이던 상관없이 자유로운 상태를 보여준다. 약간 을씨년스럽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담아낸 것임을 읽게 한다.
2.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대에 존재하나 그것에 대한 진정성은 늘 의심스럽다. 사회에 만연한 모순과 구조적 대립은 언제나 살아 움직이며 마음과 심장을 후비는 탓이다. 따라서 동시대에 거처를 둔 인간에게 주어진 절망과 삶의 욕망을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하는 유아영의 작업은 현대인으로써 한번쯤 생각해봐야할 상황에 직면토록 한다는 점, 존재의 의미를 작가 나름의 시선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이런 경향은 2015년 작품 ‘남겨지다, 그리고 존재하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끊임없이 다양한 가능성에 직면하는 인간이 그 가능성들 가운데서 선택하는 여정이라는 것을 말하고, 실존은 인간과 다른 사물 및 타인과의 관계에 의해 구성되기에 (싫든 좋든 상관없이)항상 세계내존재라는 것을 특유의 회화적 감각으로 이끌어내고 있다.
작품 ‘길가에 버려진 돌멩이처럼 느껴질 때(하루의 끝 Day's End)’(2014)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과 같다. 이는 마치 작품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2013)에서처럼 쳇바퀴 돌 듯 하는 일상에 크렉을 만들고, ‘소용돌이에서’(2013)에서처럼 거대한 관계 앞에서 희석되고 고갈되는 인간의 갈망과 정체성, 대타자로써의 위치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으로 해석해도 무리는 없다. 특히 ‘길가에 버려진 돌멩이처럼 느껴질 때(하루의 끝 Day's End)’은 익명의 남성을 그렸음에도 작가 자신을 포함한 인간세계의 무엇도 아니고 아무 것도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진지한 자문의 성격을 갖고 있다.
2014년 작 ‘흔한 프롤레타리우스의 고민’은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이 어떻게 자신의 마음으로 들어서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고개를 살짝 돌려 어딘가를 슬프게 응시하는 아이(혹은 소녀)가 등장하는 이 그림은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현실 속 처지를 덤덤하게 담아낸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은 삶의 지향과 근원성(일종의 생명력)에 관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게 특징이다. 즉 근원성을 내재로 삼아 현실성을 강조하고 이 현실성을 다시 자아적 인물과 병치시킴으로서 내면과 현재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발’만 그린 ‘The road’(2016) 연작은 방향과 회귀의 기호이며, ‘유일한 그날 우리’(2014)는 목말라하다 비틀어진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단초다. 이 두 작품은 시공을 가로지르는, (의식적으로)익명화 된 존재와 지울 수 없는 잔류가 오늘에 이르러서도 끝없이 순환되고 있음을 가리킨다. 이외, ‘Singing for Us’(2014)를 포함해 ‘Just Wondering Ⅰ’(2014), ‘Ordinary People’(2013) 등의 유아영의 많은 그림들은 흡사 자전적 에세이처럼 나와 일상을 기저로 한 삶과 현실 속 얽히고설킨 관계가 주요 화두로 다뤄진다.
다만 과거 작업과는 달리 근작에 이르러선 실존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내부에서 외부로의 확장이 두드러지며 스토리가 보다 구체적으로 보강되었다는 차이가 있다. 과거의 상황이 오늘의 현상으로 전이되고, 결국 나와 관계된 인간과 사물, 환경, 구조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달라진 지점이다. 그러면서 채움과 비움, 현실과 미래, 투쟁적 삶, 근원과 진리 등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녹여내고 있다.
3. 개인전 메인작품으로도 활용됐던 ‘Amor Fati’(2014)에서 읽히듯 유아영의 그림에선 짙은 사색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배경은 작가 개인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편린들과 그로부터 비롯된 내외적 소외에 뿌리를 둔다. 실제로 작가의 작품은 무언가의 거대함 뒤에 감춰진 ‘소외’ 또는 ‘무관심’을 넌지시 지적한다. 분명 작가 자신의 히스토리와 일상성을 투영하고 있음에도 삶과 관계 속 획일적인 통합과 이질적 소외, 동시대를 살아가는 객체 누구라도 갖고 있을 법한 (가정처럼 작던 사회처럼 크던)공동체 내 때론 무의미하게 여겨지는 생존투쟁 등을 일종의 변증법적으로 나타낸다.
이를 유아영의 작품에 내재해 있는 그 본연의 내면성(內面性), 그것을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조금 더 분명해진다. 근대 문명이 성숙기에 들어간 이래 완성된 ‘자기소외적’현상은 많은 사상가들에 의해 연구된 바 있다. 이를 유아영은 자신의 작품 속에서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흥미로운 건 다소 눈에 익은 기법을 구사해 왔음에도 형식을 뚫고 솟아난 공감과 공명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해석의 여지를 남기며 내가 아닌 타인들이 마음껏 자신의 주관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다는 것 역시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아무튼 지면이 한정되어 더 이상 길게 쓰긴 곤란하기에 이쯤에서 정리하자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예술가 자신만의 언어로 새롭게 제시하고 만들며 질문하는 것이 예술가의 삶에 있어 매우 유가치하다 할 때, 그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기 위한 오늘의 경주야말로 유아영에게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작품이야 언제나 변화할 수 있는 것이고.■
Conscious Images, Imagined Consciousness
Hong Kyung-han (Art Critic)
The innate human instinct to visually perceive and emulate objects or phenomena is a profound function that has fostered civilization and culture. Artists, in particular, deepen this instinct through writing, painting, language, and actions, visualizing the hidden and adopting various releasers, including existence itself, as signifiers of representation.
Among these, the awareness and inquiry into existence have been longstanding themes in art, comparable to life and death. If art results from the interaction between humans, as beings-there (Dasein), and the world, then artists, as such beings, play the role of clarifying the world’s ambiguous propositions. It is also the artist’s role to question what constitutes a true human image in contemporary times, summoning and recording fragments of perception and experience into reality.
Artist Ahyoung U’s work continues along this trajectory. She reconstructs the continuity of existence based on the ‘movement of thought.’ This ‘movement of thought’ refers to a pendulum that enables external implications from internal matters, a subtle revelation of the invisible from childhood to the present, signifying a drifting of thought that harbors the cause of expression.
She documents this drifting thought into figurative, cognitive forms. Therefore, Ah-young U’s images are ‘conscious images,’ an ‘awareness of existence.’ For instance, paintings resembling family photos excerpted from old photographs or depicting young girls bring forth unspeakable memories into the present. The work titled ‘Thrown’ (2017) portrays a seemingly lonely man standing before a series of stacked stairs, evoking a lingering sense that he positions himself amid endless questions like ‘how,’ ‘what,’ and ‘why.’
Similarly, the work ‘Werden’ (2017), featuring a figure sitting at the top of stairs reminiscent of Auguste Rodin’s ‘The Thinker’ (1880) and edited spaces frequently visited by the artist, exudes solitude and compassion.
Other works, such as ‘Lay down’ (2017), depicting only anonymous feet, or ‘My Sneakers’ (2016), illustrating a pair of sneakers as the title suggests, evoke similar emotions. If these are considered landscapes, they closely resemble ‘aesthetic landscapes’ that redirect attention to reality. Additionally, ‘Werden III’ (2017) uniquely resonates among Ahyoung U’s paintings. Comprising three canvases, this work emphasizes expression over depiction, free from excessive narrative, showcasing a state of freedom regardless of the viewer’s interpretive context. Though slightly desolate, it conveys emotions captured by the heart rather than the mind.
We exist in the present time, yet its authenticity is always in question. The pervasive contradictions and structural conflicts in society continually unsettle our hearts and minds. Consequently, Ahyoung U’s work, which naturally evokes the despair and desires of life bestowed upon contemporary humans, is noteworthy for prompting reflection on situations that modern individuals should contemplate at least once, presenting the meaning of existence from the artist’s unique perspective.
This tendency is evident in her 2015 work ‘Left Behind, and Existing.’ It narrates the journey of humans constantly facing various possibilities and making choices among them, illustrating that existence is constructed through relationships with other beings, objects, and others, always being beings-in-the-world (whether liked or not), drawn out with her unique pictorial sensibility.
The 2014 work ‘When Feeling Like a Stone Abandoned by the Roadside (Day’s End)’ mirrors our daily lives. Similar to ‘People Going Somewhere’ (2013), which creates a crack in the monotonous routine, and ‘In the Whirlpool’ (2013), which contemplates human desires, identity, and positions as others diluted and exhausted before vast relationships, it can be interpreted as a work reflecting on these themes. Notably, ‘When Feeling Like a Stone Abandoned by the Roadside (Day’s End)’ portrays an anonymous man, yet it embodies a serious self-inquiry about being nothing and becoming nothing in the human world, including the artist herself.
The 2014 work ‘Common Proletarian’s Worries’ vividly demonstrates how the reality perceived by the artist permeates her mind. This painting features a child (or girl) slightly turning her head to gaze sadly somewhere, and as the title suggests, it seems to calmly depict her real-life situation. However, it characteristically leaves traces concerning life’s orientation and fundamental nature (a kind of vitality). In other words, it emphasizes reality by internalizing fundamental nature and juxtaposing this reality with self-referential figures, capturing the inner self and the present.
The series ‘The road’ (2016), depicting only ‘feet,’ symbolizes signs of direction and return, while ‘The Only Us That Day’ (2014) serves as a clue to extracting something twisted from thirst. These two works indicate that the anonymized existence and indelible remnants traversing time and space continue to circulate endlessly even today. Additionally, many of Ahyoung U’s paintings, including ‘Singing for Us’ (2014), ‘Just Wondering I’ (2014), and ‘Ordinary People’ (2013), resemble autobiographical essays, primarily addressing entangled relationships in life and reality based on herself and daily life.
However, unlike her past works, her recent pieces, while maintaining an interest in existence, notably expand from the internal to the external, with more concretely reinforced narratives. The focus shifts from past situations to present phenomena, eventually moving toward humans, objects, environments, and structures related to herself. In doing so, she incorporates her perspectives on fulfillment and emptiness, reality and future, combative life, origin, and truth.
As observed in ‘Amor Fati’ (2014), utilized as the main piece in her solo exhibition, Ahyoung U’s paintings reveal deep contemplative shadows. The backgrounds are rooted in various fragments that influenced the artist personally and the internal and external alienation stemming from them. In fact, her works subtly point out ‘alienation’ or ‘indifference’ hidden.
While Ahyoung U’s works undoubtedly reflect her personal history and daily life, they also dialectically portray the uniform integration and alienation within life and relationships, as well as the seemingly futile struggles for survival within communities—whether as small as a family or as large as society—that any contemporary individual might experience. This inherent introspection in Ahyoung U’s works becomes more evident when viewed from a sociological perspective. Since modern civilization entered its mature phase, the phenomenon of ‘self-alienation’ has been extensively studied by many thinkers. It seems that Yoo Ah-young is exploring this concept concretely within her works.
Interestingly, despite employing somewhat familiar techniques, her works resonate with empathy and harmony that transcend their form. They stimulate imagination and leave room for interpretation, allowing others to freely understand them from their own subjective perspectives. In conclusion, if it is of great value in an artist’s life to newly present, create, and question ways of viewing the world through their unique language, then today’s endeavor to craft that unique language is precisely what we can anticipate from Ahyoung U. After all, artworks are always subject to change.■